유튜브가 대세인 시대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시작해 보라는 책과 동영상이 넘쳐나고 있고, 평범했던 사람들이 유튜브로 인지도를 얻고 돈도 벌었다는 이야기도 보인다. 일반인, 연예인, 정치인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유튜브에 열심이다.
그런데, 나는 블로그를 해 보려고 한다. 나 역시 유튜브 영상 많이 본다. 작년만 해도 하루 한 시간 미만, 그것도 주로 업무와 관련된 시청이었는데, 요즘은 음악, 리뷰, 예능, 스포츠 할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본다. 하루에 적어도 한 시간, 어떤 날은 두세 시간도 본다. 아직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은 안 했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조만간 결제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블로그를 해 보려고 한다. 콘텐츠 플랫폼으로 왠지 구닥다리 느낌 나는 블로거, 유튜브도 아니고 인스타도 아닌 웬 블로거. 아무도 궁금해 하진 않겠지만, 나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나 스스로 답을 해 본다.
나의 새로운 블로그의 첫 포스트는 “나는 왜 블로그를 하는가"이다.
내가 블로그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네 가지다.
첫 번째, 나는 텍스트가 좋다
분위기를 깔아주는 비쥐엠, 적절하게 치고 빠지는 현란한 CG와 편집, 분명 유튜브로 콘텐츠를 보면 더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장치가 있다. 괜히 사람들이 유튜브로 몰려가는 게 아닐 게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장치들에 뭔가 현혹되는 느낌을 받는다. 빈약한 콘텐츠를 포장하는 기술만 화려한 채널들도 적지 않다.
그런 면에서 텍스트는 좀 더 정직하다. 물론, 텍스트도 기술적으로 포장할 수 있겠지만, 동영상만 할까. 한 줄 한 줄 쓰여 있는 정갈한 문장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정갈해지는 것 같다. 맞다. 지적 허영심 같기도 하다. 암튼, 나는 아직까지는 텍스트가 좋다. 유튜브도 많이 보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니 그 보다 훨씬 많은 시간 텍스트로 된 콘텐츠를 본다. 종이책은 꾸준히 사서 보고, 리디 셀렉트 정기 구독 중이며 작년까지는 퍼블리와 아웃스탠딩까지 유료로 구독했다. 그 외에도 각종 뉴스레터, 브런치 등등. 시간만 있으면 계속 텍스트를 보고 있다. 나는 영감을 얻고, 위로가 되는 좋은 글 찾아서 보는 것이 즐겁다. 그리고 늘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울림이 있는 글, 좋은 인사이트와 정보가 담긴 글, 그래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래서 블로그를 한다.
두 번째,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닐 수도 있잖아
나는 약간 반골 기질이 있다. 메가 히트송은 안 듣는다. 히트 드라마도 안 본다. 베스트셀러도 안 본다. 물론, 예외도 있다. 대개 경향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약간 반골이라고 쓴 거다. 암튼, 모두가 유튜브로 달려갈 때 나는 블로그 해 볼래 라는 것도 그런 성향이 반영된 거다.
이건 비즈니스 적으로도 노림수가 있는데, 뭔가가 대세라는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충분히 공감받는다면 이미 그 건 끝물일 수 있다. 동영상이 대세일 때 오히려 텍스트, 또는 오디오 콘텐츠가 기회의 땅일 수도 있다. 온라인이 대세라고 하는 시대에 공간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고, 동영상 마케팅이 주목받는 동시에, 이메일 뉴스레터와 같은 옛날 옛적 마케팅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 이미 레드 오션이다. 기회는 오히려 블로그, 아니면 오디오 콘텐츠에 있다.
세 번째, 기억 보조 장치가 필요해
원래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뇌가 조금씩 망가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도무지 기억을 못 한다. 가끔 책장에 있던 책을 꺼내 보면 그렇게 새로울 수가 없다. 그 책을 전에 다 읽었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나는 매 해를 시작할 때마다 책을 몇 권 읽겠다는 다짐을 한다. 무모하게도 50권씩 읽겠다는 다짐을 한 적도 많은데, 몇 년 해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은 한 달에 1권에서 2권이더라. 그래서 올해 목표는 현실적으로 잡아서 한 달에 딱 두 권, 일 년 동안 24권이다. 책 수가 줄어든 대신에 올해는 꼭 후기를 남겨 보리라 다짐했다. 거창한 서평이 아니더라도 기억하고 싶은 문장과 그 당시에 내 느낌, 생각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남겨 보려고 한다. 필사도 생각했었지만, 내 글씨체를 보다 보면 의욕이 사라지는 현상이 있어서 블로그를 택했다. 암튼, 기억력이 급 감퇴하는 내게 기억 보조 장치로서 블로그를 활용하려고 한다.
마지막 네 번째, 뭐 해 먹고 살지?
마지막 네 번째가 가장 중요한 이유다. 십 수년을 다닌 회사를 작년 초에 그만두고, 스타트업 한다고 깔짝대다 보니 어느새 일 년이 지났다. 아이템이 워낙 좋아서 투자도 받고, 사람도 모여들 줄 알았다. 바보 같은 놈.
암튼, 어설픈 비즈니스 모델에 엉성한 기획으로 끌고 오다가 코로나 이슈가 터지면서 사실상 접어야 할 상황에 몰렸다. 그럼, 이제 난 뭘 해야 할까. 다시 취업해야 되나. 이런저런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블로깅을 통해 내가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 어떻게 찾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내 생각을 꾸준히 정리하고, 글로 써보고, 표현하고 혹시 피드백이라도 받다 보면 무언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딱 그 정도다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내가 처음 쓴 말 이었으면 좋겠지만, 어제 서점에서 우연히 본 책 제목이다. 맞다. 그렇지. 움직여야 패스가 온다. 책 제목 정말 잘 지었다. 책을 사진 않았다. 광고 업계에 대한 이야기인데, 몇 장 보다 보니 아픈 기억만 되살아 나더라.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244671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날아오는 패스를 ‘필드’에서 기다리는 방법 업무에 잠식당해도 퇴사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지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장’에서 할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감수할 수 있었던 당신,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대와 현실의 정반대를 온몸으로 겪게 된다. 폭탄급 업무와 넘치는 ‘까임’, 연예인급 일정으로 퇴사라는 마지막 탈출구 앞에서 고민에 빠진다. 때맞춰 퇴사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책들이 쏟아지고 어느 순간 회사 일 빼고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
book.naver.com
책 내용과 상관없이 제목 만으로도 나에겐 그 어떤 자기 계발서보다 동기 부여가 되었다.
그래. 함께 인생이라는 필드를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내가 공간을 찾아 뛰고 있음을 보여주자. 그래야 패스가 온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움직임이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는 이유를 단 한 마디로 요약하면 패스를 받기 위해서다. 골대를 향해 전진해 슈팅을 날리려면 혼자 드리블해서도 안되고 우두커니 서 있어도 안 된다. 부지런히 움직이자. 패스가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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